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읽었다.

그날 아침, 맥스 바란밴더가 바르샤바에서 샀던 이디시어 신문에는 뉴욕과 런던 신문에서 읽었던 것과 같은 기사가 실려 있었다. 발칸 반도는 화약고이고, 악명 높은 유태인 학살자 푸리슈케비치와 흑백인단 단원들은 러시아계 유태인들을 죽이는 데 바빴으며, 팔레스타인의 유태인 촌락은 가뭄이 들었고, 아르헨티나의 유태인 촌락 관료들은 또다시 드 허시 남작의 거류지에서 말썽을 일으켰으며, 빌헬름 황제는 전쟁을 운운하여 외교가에서 새로운 증오를 불러일으켰고, 시온주의자들은 새로운 의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등의 기사였다. 그리고 (지구의 네 모퉁이)라는 난에는 여섯 아이를 사산한 이집트 농부의 아내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맥스 바라밴더는 치즈빵과 함께 "한꺼번에 여섯 아이라!?" 그는 탄성을 내질렀다. "무덤을 여섯 개나 팔까, 아니면 한군데에 다 묻을까? 계집아이였을까, 사내아이였을까?" 아르헨티나를 떠나 영국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그리고 나중에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이디시어 신문을 구할 수가 없었다. 베를린에서는 독일어 신문을 샀었는데 외국어로 된 신문은 풍미가 없었다. 반면 이디시어로는 모든 얘깃거리가 나름대로의 맛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7만 5천 루블짜리가 당첨된 복권을 사서 화장실 휴지로 날려 버린 제화공 이야기, 사진으로 결혼한 3백 명의 신부를 영국에서 싣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어온 배의 이야기 등등. 맥스는 커피를 꿀꺽 들이켰다. "3백 명의 여자! 빌어먹을, 사악한 작은 배꼽들같으니! 그게 내가 좋아하는 거란 말이야. 살아 있는 상품을 실은 배 말이 야." (예와 아니오 사이에서 백만 루블이 왔다갔다하겠지)라고 맥스는 장난삼아 생각해 보았다. 그는 아르헨티나 여권, 왕복 비행기표 그리고 각종 이름이 가득 실린 주소록을 넣어 둔 호주머니를 툭 쳐보았다. 그 자신, 한때 도둑이었으면서도 털리는 것을 끔찍히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안심시키느라고 그는 외투 호주머니에 있는 총을 만져 보았다. 맥스 바라밴더는 마흔일곱 살이었으나 젊어 보였다. 사람들은 흔히 그를 서른다섯이나 기껏해야 서른여덟로 보았다. 큰 키에 넓은 어깨, 금발에 파란 눈동자 하며, 각이 진 턱에다 짧은 목과 곧은 코의 그는 소년 시절에도 힘이 세기로 유명했다.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면, 도살당하는 짐승의 다리처럼 테이블 다리가 주저앉곤 했었다. 한때는 계란 36개와 맥주 12병 먹기 내기를 해서 이긴 적도 있었다. 그리고 여자에 관한 한, 그는 관계한 여자들 이외에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십이 가까워지면서 그는 늙어 간다는 데 공포를 느꼈다. 빛깔도 바래고 숱도 적어만 가는 머리는 간신히 대머리를 면할 정도였다 그의 아들 아르투로가 죽은 뒤로 맥스는 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열일곱 살의 소년이 두통을 호소한 지 10분 만에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한줌 연기보다 못한 것이리라, 맥스는 그럭저럭 뇌리에서 그러한 불행을 지워 버렸지만 아내 로셸은 반쯤 미쳐 버렸다. 그가 이 여행을 떠나게 된 것도 실상 그녀 때문이었다. 집에서는 더 이상 광란에 가까운 그녀의 헛소리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맥스를 졸라 아들을 위하여 카디시(사망한 근친을 위한 유태교식의 기도)를 올리고 아르투로의 영혼을 위해 촛불을 켜놓고, 걸핏하면 자선 기부를 하게 하더니 마침내 담석증이 악화되어 수술을 받기까기 했다. 맥스는, 그녀가 회복되는 데 여행이 좋다는 의사의 충고대로 그녀와 함께 폴란드 여창을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한사코 아르투로와 같이 있어야만 한다고 고집을 부릴 뿐이었다. 이제 맥스 바라밴더는 그가 하던 모든 더러운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극장의 동업자였다. 적절한 시기에 그는 주택과 토지를 많이 사들여 그로부터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새로 아르헨티나에 이주한 유태인들은 (더러움)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유태인 교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으며 공동묘지에 묘터를 구하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맥스는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고아원의 부회장직까지 맡고 있었다. 다년간 그는 존경받는 생활을 해왔다. 로셸과의 결혼생활에도 만족하고 있었다. 아르투로의 비극적인 죽음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한마디로 대포알 같았다. 완벽하게 그를 좌지우지하고 있어 그는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는 흥미를 잃어버렸었다. 하지만 아르투로의 죽음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로셸은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그를 근처에도 못 오게 했다. 죽고 싶다며 끊임없이 죽음을 조잘대더니, 그녀 자신의 묘비명까지 새겨 놓게 했다. 그녀를 알고 나서 처음으로, 그녀는 맥스를 다른 여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는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맥스의 이번 여행은 사업이 아닌 즐거움을 위한 여행이었다. 이제 폴란드에 와 있으니, 아마도 그는 원기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